경제

“원자재값 폭등에 환율 쇼크까지”…비명 지르는 K중기 삼중고

원자재 수입가 60% 급등에 환율까지 1550원 돌파
납품가 인상 막힌 중소·중견기업 경영 압박 가속화
의료·식품·반도체 등 산업 전반으로 번진 비용 부담

원·달러 환율이 1550원대를 넘어서면서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한계치에 달했다.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50원대를 기록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전례 없는 경영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3월 시작된 중동 지역의 긴장 상황으로 이미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던 기업들은, 환율 급등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넘어선 삼중고를 겪는 중이다.

특히 대기업에 부품이나 소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원자재 수입 단가는 치솟았지만, 대기업과의 계약 구조상 납품가에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현실 탓에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전반에 걸쳐 비용 부담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가율 60% 치솟은 제조업, 수익성 악화 심화

PVC 레진이나 알루미늄 등 기초 원자재 가격이 수개월 새 수십 퍼센트씩 상승하며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 온라인커뮤니티

실제 배관용 파이프를 생산하는 한 중견기업은 주요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PVC 레진 가격이 연초 대비 60% 이상 폭등하자 결국 제품 가격을 30~40% 올리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인상이 시장에서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알루미늄 소재 수입에 의존하는 또 다른 업체 역시 환율 상승으로 인해 소재 가격이 24%나 오르며 경영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첨단 산업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AI 반도체 검사장비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핵심 부품인 GPU 가격이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타격을 입었다. 납품가를 환율과 연동해 달라고 대기업 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기업이 부품값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이익률이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수입 의존도 높은 의료·제약 및 식품업계의 고민

외산 원료 의약품과 대형 의료장비 비중이 높은 의료 현장에서도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가시화되고 있다. / 제주대학병원

고환율의 파고는 의료 현장까지 덮쳤다. 대동맥 판막 등 주요 수술 재료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술비 자체가 10% 이상 인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제약사들 역시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30%대에 불과해, 달러 결제가 필요한 수입 원료 비용이 10~30% 급등하면서 기업당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대의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

식품업계 또한 원재료값 상승과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가격 동결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올리브유와 닭고기 등 핵심 재료비 급등분을 가맹점에 전가하지 않고 직접 부담하면서, 기업들의 영업 수익성 저하는 당분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산업계 전반에 드리운 초고환율의 그림자가 기업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송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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