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청이 답하라”… SK하이닉스 하청 노조, 노란봉투법 업고 소송 예고

반도체 넘어 플랫폼·조선업계까지 성과급 갈등 확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하청 교섭 압박 본격화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365일 파업 리스크' 공포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성과급 갈등이 하청 업체와 원청 간의 법적 분쟁으로 번지며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조선일보

이른바 ‘성과급 N% 제도화’의 대표 격인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하청 노조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단순히 임금 인상을 넘어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법적 공방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면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이후 달라진 산업계의 풍경이 드러나고 있다.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대기업 협력업체 노조들도 원청과 유사한 수준의 성과 배분을 요구하며 결집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움직임을 통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상시적인 파업 리스크에 노출될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물류 하청 노조의 실력 행사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물류를 담당하는 피앤에스로지스 노조가 원청인 SK하이닉스를 상대로 강력한 교섭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 YTN

SK하이닉스의 핵심 거점인 청주캠퍼스에서 반도체 부품 물류를 책임지는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최근 원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원청 소속 직원들이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는 반면,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하청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상생 장려금을 받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주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SK하이닉스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원청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향후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기 위한 자료 확보에 나선 것이다. 현장에서는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며, 이는 향후 산업계 전반의 원·하청 관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변수로 떠올랐다.

노란봉투법, 노사 관계의 새로운 뇌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 요구가 법적으로 힘을 얻으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경인일보

산업계가 이번 사태를 주목하는 이유는 노란봉투법의 영향력 때문이다. 개정된 노동조합법 제2·3조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로서의 교섭 의무와 책임을 이전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를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 사건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입증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법조계와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교섭 요구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법원이 원청의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하청 노조의 교섭권이 원청까지 확장된다면, 대기업들은 매년 수많은 하청 업체와 교섭을 벌여야 하는 이른바 ‘365일 교섭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과 조선업계로 번지는 성과급 분쟁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 카카오 역시 성과급 보상 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를 맞았다. / 카카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제조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는 본사와 계열사 간 보상 체계 갈등으로 인해 노조가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카카오 본사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들은 조정 절차가 결렬되었으며, 본사 역시 27일로 예정된 최종 조정이 실패할 경우 창사 이후 첫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조선업계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하청 노조들 또한 원청의 성과급 지급 수준에 맞춘 처우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이 ‘N% 성과급 모델’을 안착시키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소외감이 법적 요구로 터져 나오며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365일 파업 리스크, 산업계의 뉴노멀 되나

전문가들은 성과급 제도와 노란봉투법이 맞물리면서 대기업들이 상시적인 노동 분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삼성전자

재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흐름이 정착될 경우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성과 배분 기준이 영업이익률과 연동되는 모델이 확산되면서, 이를 중심으로 노사 간의 끝없는 밀당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으로서는 성과를 내는 것만큼이나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 조율이 핵심 경영 과제가 된 셈이다.

결국 노동계의 요구와 경영계의 방어 전략이 정면충돌하는 형국이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산업계의 노사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며, 기업들은 법적 리스크와 파업 리스크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노사 상생 모델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송구미 기자

경제, 생활문화, 여행 정보를 쉽게 정리해 전달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