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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얇아진 여행객들”… 장거리 포기하고 일본·중국으로 눈 돌리는 이유

치솟는 유류할증료에 해외여행 지형도 변화
장거리 대신 일본·중국 등 단거리 패키지 급증
고물가·고환율 파도에 실속 찾는 여행객들

중동 정세로 인한 유가 상승 여파로 항공권과 체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여행객들의 목적지가 단거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해외여행 시장에도 뚜렷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행 수요 자체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목적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거리’와 ‘비용’으로 더욱 좁혀진 것이다. 항공권과 체류비 부담이 큰 유럽이나 미주와 같은 장거리 노선 대신,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는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노선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쏠리고 있다.

여행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여행객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 아니라, 고물가 시대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소비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항공권 가격이 가계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최대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단거리 패키지를 선택하는 것이 뉴노멀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유류할증료가 바꾼 여행 지도

유류할증료는 여행객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직접적인 여행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머니투데이

실제로 주요 여행사들의 실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명확해진다. 패키지 송출객 수는 전년 대비 5~10% 수준으로 소폭 증가하며 외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지역별 격차가 매우 크다. 일본과 중국으로 향하는 패키지 상품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일본 패키지 송출객은 전년 대비 30~40%, 중국은 30%가량 증가하며 단거리 여행의 대세를 입증했다.

반면, 그동안 해외여행의 꽃으로 불리던 유럽과 미주, 남태평양 노선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유럽 패키지 송출객은 15%가량 감소했으며, 미주 및 남태평양 지역은 무려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권 가격은 물론,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유럽·미주 여행의 특성상 현지 숙박비와 식비까지 모두 인상되면서 여행객들에게는 상당한 심리적·경제적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장거리 여행을 가로막는 가격 장벽

장거리 노선은 높은 유류할증료 외에도 체류 기간이 길어 전체적인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 여기트래블

장거리 여행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단연 유류할증료다. 지난 4월 인천 출발 국제선 기준 유류할증료는 편도 최고 30만 원을 넘어섰으며, 왕복 기준으로만 따져도 항공권 기본 요금 외에 60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5월에는 이 단계가 사상 처음으로 33단계까지 오르면서 항공권 부담은 정점을 찍었다.

6월부터 유류할증료가 일부 인하되어 27단계로 조정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유럽이나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편도 기준 40만 원대의 할증료가 부과된다. 이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여행지를 찾아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단순히 항공권만 비싼 것이 아니라, 달러 강세와 현지 물가 상승이 겹쳐지면서 장거리 여행의 가성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단거리 쏠림 현상, 당분간 지속될까

비교적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이동 편의성과 비용 측면에서 여행객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다. / 경향신문

결국 해외여행 시장은 당분간 ‘가성비’를 앞세운 단거리 위주의 패키지 상품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과 일본, 중국은 항공 시간이 짧고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연인들에게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들이 발표한 지역별 고객 비중을 보더라도 단거리 지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러한 변화는 여행객들의 소비 패턴이 더욱 합리적이고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행사가 내놓는 상품 구성 또한 장거리 노선의 무리한 확장보다는 수요가 몰리는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여행 업계 전문가들은 “유류할증료가 대폭 완화되지 않는 이상, 유럽이나 미주와 같은 장거리 노선이 이전과 같은 수요를 회복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비 여행객을 위한 제언

여행을 계획할 때는 항공권 유류할증료와 환율 추이를 꼼꼼히 살펴 예산 범위 내의 여행지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 트립닷컴

결론적으로, 고물가 시대의 해외여행은 철저한 예산 관리와 전략적인 목적지 선정이 필수적이다. 만약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항공권 유류할증료 변동 추이를 꼼꼼히 살피고, 현지에서 지출할 수 있는 비용까지 고려해 보수적으로 계획을 잡아야 한다. 반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휴식을 즐기고자 한다면,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근거리 노선의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여행은 일상의 피로를 씻어주는 중요한 탈출구다. 고물가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하지만, 자신의 예산과 상황에 맞는 여행지를 똑똑하게 고른다면 올여름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업계 또한 수요가 쏠리는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출시하여 여행객들의 선택지를 넓혀주어야 할 시점이다.

Song Gu-mi re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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