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메모리만 성과급 잔치?”… 삼성전자 내부 노·노 갈등 폭발

삼성전자 임금 합의안에 뿔난 DX부문… 부결 운동 확산
메모리 편중된 성과급에 ‘DX 패싱’ 불만 폭발하며 내홍
조합원 급증 속 투표권 논란까지 겹치며 파업 재점화 조짐

삼성전자 DX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반발 기류가 형성되며 부결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 뉴스1

삼성전자가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사상 초유의 총파업 위기를 넘기는 듯했으나,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특히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합의안이 특정 사업부에 편중되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회사 내부의 갈등이 노·노 충돌 양상으로 격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DX 패싱’ 논란이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여 DS(반도체) 부문이 고전하던 시기, 사실상 회사의 실적을 지탱했던 것은 DX 부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과급 보상 체계는 DS 부문 위주로 설계되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사 간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던 시점에 터져 나온 내부 반발은 삼성전자 조직 전반의 피로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반발하는 DX 부문과 노조 내부 분열

DX부문을 주축으로 한 동행노조 측이 이번 임금교섭 합의안이 메모리사업부 중심으로 변질되었다며 부결 운동을 예고했다. / 아주경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수원지부와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 측은 잠정합의안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와 부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교섭 결과가 성과급의 투명한 제도화나 상한 폐지라는 당초의 핵심 요구사항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특히 DX 부문 직원들은 자신들의 기여도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 경영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반발은 조합원 규모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동행노조 측은 잠정합의안이 발표된 이후 단 하루 만에 조합원이 1만 명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기존에 수천 명 규모였던 노조 세력이 단기적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직원들의 불만이 이번 협상 과정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투표권 논란과 ‘소송 취하’ 조항의 그림자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 앞에서는 이번 잠정합의안의 정당성을 두고 노조 간의 치열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 삼성전자

합의안을 둘러싼 갈등은 투표권을 둘러싼 법적 논란으로까지 확산했다. 노조 내부 세력 간의 헤게모니 다툼이 시작되면서, 특정 노조 조합원의 투표 참여 자격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동행노조 측은 조합원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위법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찬반 투표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합의안 회의록에 포함된 ‘민형사상 사건 취하’ 조항도 현장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노조 측은 왜 노사 합의 과정에 소송 취하가 포함되어야 했는지에 대해 경영진의 투명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 직원들은 회사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소송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불신은 노태문 DX부문장과의 직접 면담 요구로 이어지며 경영진과 현장 간의 소통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파업 재점화의 뇌관이 된 찬반 투표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7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 온라인 커뮤니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가결되기 위해서는 재적 조합원의 과반 참여와 참석 조합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만약 투표 결과가 부결로 나올 경우, 노사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며 총파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위기로는 부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DX 부문의 불만이 워낙 크고, 소통 부재에 대한 현장의 실망감이 합의안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마련한 타협안이 과연 내부의 이질적인 요구들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다가오는 투표 결과가 삼성전자의 노사 관계와 향후 경영 환경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Song Gu-mi re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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