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의 중심에 서 있던 한미반도체가 올해 1분기 예상치 못한 실적 부진을 겪으며 주식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시장의 기대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가 발표되면서 주가는 단 이틀 만에 30% 이상 폭락했다. 이에 따라 한미반도체를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던 국내 주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거래일 기준으로 한미반도체의 주가는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38조 원에 육박하던 시가총액은 주가 급락과 함께 30조 원 선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믿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반도체 테마 ETF 수익률 동반 하락

한미반도체의 주가 폭락은 해당 종목을 대거 담은 AI 및 반도체 테마 ETF의 동반 부진으로 이어졌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상품은 한미반도체 편입 비중이 31.65%로 높은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ETF로, 단기간에 11%가 넘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구성 종목 중 다른 반도체 장비 기업이 상한가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반도체의 비중이 워낙 높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반도체 ETF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 ETF가 10% 넘게 하락했으며, ‘SOL 반도체후공정’ ETF 역시 9% 이상의 손실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한미반도체를 3대 핵심 종목으로 구성해 약 75%의 비중을 유지하던 ‘ACE AI반도체TOP3++’ ETF도 7%대 후퇴하며 후공정 및 핵심 장비 관련 펀드들이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았다.
시장 전망치 크게 밑돈 1분기 ‘어닝 쇼크’ 원인

이번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공시를 통해 밝혀진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이다. 한미반도체의 1분기 영업이익은 84억 5600만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696억 원과 비교해 무려 87.9%나 감소한 수치다. 매출액 또한 전년 동기 대비 65.5% 줄어든 509억 원에 그쳤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매출 2000억 원 안팎, 영업이익 1000억 원 안팎을 예상했으나 실제 성적표는 이에 턱없이 부족했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핵심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와 이에 따른 수주 공백이 꼽힌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1분기 1458억 원에 달했던 아시아 지역 매출이 올해 1분기에는 498억 원으로 65.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 5세대(HBM3E)용 열압착(TC) 본더 투자가 일차적으로 마무리된 반면, 차세대 제품인 6세대(HBM4) 장비 매출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발생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2분기 이후 수주 재개 및 실적 회복 기대”

단기적인 실적 충격으로 주가가 크게 출렁였으나, 투자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에 대해 완전히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분기 실적 부진은 장비 세대교체 과정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며, 앞으로의 성장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주요 고객사들의 차세대 장비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정체에도 불구하고 고객사들의 주문 모멘텀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2분기부터 연말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대 고객사의 핵심 HBM 장비와 새로운 메모리 본더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강한 만큼, 이미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장비 주문량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실적 반등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