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T+1 결제 시대 온다”… 주식 팔고 내일 돈 받는다

한국 증시, 결제주기 'T+1' 전환 속도전
하반기 업무 표준 마련…개인투자자 자금운용 자유도 높인다
글로벌 표준 발맞춰 후선업무 자동화 및 인프라 재설계 돌입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 결제주기를 T+1로 단축하기 위한 실무 표준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 연합뉴스

주식 매매 후 대금과 주식이 오가는 ‘결제주기’가 기존 2거래일(T+2)에서 1거래일(T+1)로 단축되는 거대한 변화가 예고됐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열린 토론회를 통해 올 하반기 중 결제주기 단축을 위한 실무 업무표준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은 T+1 체계에 발맞춰 국내 증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증권사와 예탁원, 거래소 전반의 인프라를 뒤흔드는 대형 과제다. 금융 당국과 유관 기관은 이미 유럽과 북미 등 선진 시장의 사례를 분석하며, 국내 시장 환경에 맞는 최적의 이행 시점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결제주기 단축은 이제 도입 여부를 고민할 단계를 지나, 언제 어떻게 이행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며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자금 운용의 자유

T+1 결제, 개미 투자자에겐 기회인가

결제주기가 단축되면 주식을 매도한 후 확보된 예수금을 보다 빠르게 다음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 삼성증권

결제주기 단축이 시행되면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할 주체는 개인 투자자다. 현행 T+2 체제에서는 주식을 매도해도 결제대금이 계좌에 들어오기까지 이틀이 걸린다. 하지만 T+1 결제가 도입되면 주식을 판 다음 날 바로 대금 인도가 완료되어, 투자자는 자금을 훨씬 빠르게 회수하고 재투자할 수 있는 ‘자금 운용의 자유’를 얻게 된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그간 증권사가 고객의 결제대금을 장기간 쥐고 벌어들인 이자 수익이 막대했다”며 이번 개편이 투자자 권익 보호로 이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자본시장의 표준에 부합하게 됨으로써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도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아시아 주요 증시가 점진적으로 결제주기 단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이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정비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더불어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증권가 시스템 대개조, 후선업무 자동화가 관건

결제 단축의 걸림돌, 기술적 숙제는 없나

증권사와 유관 기관들은 결제주기 단축에 맞춰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고 후선 업무를 자동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경향신문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금융 현장의 실무자들은 시스템 변화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후선 업무(Post-trade)의 핵심인 예탁원과 증권사는 사실상 시스템 전반을 새로 짜야 하는 수준이다. 마진콜 처리나 담보 처리 주기, 신용공여 및 반대매매 기준 등 증권사 업무의 근간이 되는 로직을 모두 T+1 체제에 맞춰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정확도와 인프라 처리 용량을 강조한다.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후선 업무 처리 시한이 줄어들면 실무적 부담이 가중되어 자칫 결제 실패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시장이 이미 의무화한 자동화처리시스템(STP)을 국내 시장에도 완벽히 이식해야 하며, 이를 위해 증권사와 유관 기관들의 막대한 IT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즉,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리더십과 시장 참여자 간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인 시점이다.

향후 전망과 시장의 대응

글로벌 스탠다드 향한 한국 증시의 여정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에 맞춰 한국 증시도 투명하고 빠른 결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 한국거래소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실무 업무표준안을 확정 짓고, 시스템 테스트와 인프라 용량 증설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의 사례처럼 일시적인 시장 충격이나 업무 과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도입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의 특수성인 가격 제한폭 제도 등을 고려한 한국형 T+1 모델을 정착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다.

결국 T+1 결제 도입은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국 문턱을 넘어 진정한 글로벌 금융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기술적 부담과 업무 과부하라는 파고를 넘어서야 하겠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경우 한국 증시는 더욱 투명하고 신뢰받는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투자자들은 다가올 변화를 인지하고, 증권사의 시스템 개편 소식과 거래 환경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미래의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Song Gu-mi reporter

We organize and deliver economic, lifestyle, and travel information in an easy-to-understand way.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