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8천피 시대 개막”… 코스피, 사상 최고치 갈아치우며 질주

코스피, 사상 첫 8,000선 돌파하며 신고가 경신
반도체 대장주 '200만 닉스·30만 전자' 동반 급등
중동 리스크 완화와 외국인 매수세 전환이 호재로 작용

코스피 지수가 반도체주를 필두로 한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8,000선에 안착했다. / 연합뉴스

한국 증시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 코스피 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8,000선을 가볍게 돌파하며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사상 처음으로 8,000 고지를 밟았던 코스피는 불과 며칠 만에 직전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제는 8,100선 진입을 목전에 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상승세의 중심에는 국내 증시의 기둥인 반도체 대장주들의 눈부신 활약이 자리 잡고 있다.

투자 심리는 한껏 달아올랐다.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12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 결정적인 상승 동력이 됐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의 개선과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완화라는 ‘쌍끌이 호재’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가 새로운 레벨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 쌍두마차의 역대급 질주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이날 증시의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였다. SK하이닉스는 장중 200만 원을 돌파하며 이른바 ‘200만 닉스’ 시대를 열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 전망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뒤이어 삼성전자 역시 30만 원 선을 가볍게 웃돌며 ’30만 전자’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사 간 임금 협상 합의를 통해 그동안 시장을 괴롭혔던 파업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다. 내부 경영 불확실성이 제거되자 주가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강력한 엔진이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면서, 전기·전자 업종은 물론 제조, 건설 등 연관 산업까지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외국인 돌아오고, 개인은 수익 실현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급등을 이끌었고, 개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 로이터

수급 주체에도 뚜렷한 변화가 포착됐다. 12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를 유지하던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 장중 순매수로 전환하며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외국인의 복귀는 국내 증시가 가진 저평가 매력과 반도체 산업의 회복세에 대한 신뢰를 방증한다. 여기에 기관 투자자들까지 5,000억 원 이상의 매수 물량을 쏟아내며 상승 폭을 키웠다.

반면, 그동안 시장의 하락장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던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8,000선이라는 이정표를 세우자, 일부 투자자들이 수익을 확정 짓고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시장의 손바뀜이 활발하게 일어난 이날의 흐름은 증시가 과열을 해소하며 건강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중동 리스크 진정세가 쏘아 올린 증시 호재

국제 유가가 급락하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완화되자 국내 증시는 안도 랠리를 이어갔다. / 온라인 커뮤니티

거시경제 환경도 증시를 향해 웃어주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 기간을 60일 연장하고 MOU 체결에 근접했다는 소식은 시장에 결정적인 안도감을 안겼다. 그간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국제 유가 급등세는 브렌트유와 WTI 선물 가격이 하루 만에 6~7%대 폭락하며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일부 지역의 공습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전 확산 방지 의지와 협상 진전에 더 무게를 두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내림세를 보이며 안정적인 흐름을 찾았다. 외부 변수가 잠잠해지자 국내 증시는 그동안 억눌렸던 에너지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장밋빛 전망 속 경계의 목소리도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변동성 관리와 대외 리스크 점검을 강조하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코스피 8,000 시대가 열렸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주의를 당부한다. 단기간에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피로감과 잠재적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환율이 여전히 1,5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추가적인 공격 매수를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00% 이상 폭증하는 등 실적이 숫자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증시의 격언처럼,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개선이 증시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주춧돌이 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대외 변수보다는 개별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와 글로벌 AI 시장의 성장 속도를 중심으로 시장을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Song Gu-mi re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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